#06_AI로 만든 엑셀을 정말 돈 받고 팔 수 있을까?

snowball project

AI로 뭔가를 만들어서 실제로 팔아보기에 도전하다

요즘 AI에게 아이디어를 물어보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예를 들면 “온라인에서 팔 수 있는 디지털 상품을 추천해줘.” 이렇게 입력하면 전자책, 프롬프트, 템플릿, 자동화 도구, 업무용 문서 등 수많은 아이디어가 나옵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실제로 무엇을 만들 수 있고, 만들것인가?

아이디어를 100개 얻는 것과 상품 하나를 완성해서 시장에 내놓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었습니다. 저 역시 AI를 활용해 디지털 자산을 만들고 수익화해보겠다는 생각은 오래전부터 가지고 있었습니다만 계속 아이디어를 탐색하다 보면 새로운 것이 더 좋아 보이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어떤 것은 나와 동떨어진 이야기 같기도 하고, 그리곤 또 다른 아이디어를 계속 찾았습니다.

그래서 chat gpt에게 시장의 수요가 있으면서 내가 만들어볼 법한 아이템들, 즉 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것과 내가 가진 지적자산이나 경험과의 교집합 중에서 몇가지 뽑아서 추천해달라고 해봤습니다. 그러다가 ‘이거 괜찮을거 같은데’라는 가벼운(?) 생각으로 시작한 것이 온라인 셀러를 위한 엑셀 관리도구,

‘셀러도우미’였습니다.

왜 하필 온라인 셀러용 엑셀이었을까?

여러가지 디지털 상품 중에 ‘온라인 셀러를 위한 툴’이 눈에 들어온 것은 아마도 제가 온라인 셀러를 해봤기 때문일 것입니다. 실제로 온라인 판매를 하면서 물건을 하나 사입하거나 위탁판매하려면 생각보다 관리해야 할 숫자가 많았습니다.

상품별로 매입가격이 다르고, 판매수수료가 다르고, 배송비와 광고비가 들어갔습니다. 판매가 끝났다고 끝나는 것도 아닙니다. 취소가 생기고, 반품이 들어오고, 재고가 다시 돌아오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면 이런 질문이 계속 생깁니다.

  • 지금 실제로 얼마를 벌고 있는가?
  • 이 상품의 순이익은 얼마인가?
  • 적정한 마진과 가격은 얼마로 해야하나?
  • 현재 재고는 몇 개인가?
  • 언제 다시 발주해야 하나?
  • 아직 정산받지 못한 돈은 얼마인가?
  • 어떤 상품이 가장 잘 팔리고 있나?

규모가 커지면 ERP나 전문 솔루션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소규모 셀러에게는 그것도 부담입니다. 반대로 직접 엑셀을 만들려면 수식과 구조를 계속 관리해야 합니다. 그래서 중간 지점에 있는 제품을 만들어보기로 했습니다.

“복잡한 ERP까지는 필요 없지만, 직접 엑셀을 만드는 것보다는 훨씬 편한 관리도구.”

이것이 셀러도우미의 출발점이었습니다.

제작과정

처음에 만드려고 했던 것은 비교적 단순했습니다. 소규모 셀러에게 적합한 엑셀관리도구로 지향점을 설정하고 상품을 등록하고, 판매를 입력하고, 매출과 비용을 계산하고, 현재 재고를 확인하는 정도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실제 판매용 상품을 만든다는 관점에서 보기 시작하자 필요한 기능이 계속 늘어났습니다. 정확히는 챗지피티가 ‘제안’하는 기능들이 하나둘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시트만 해도 상품등록, 판매기록, 입고관리, 정산관리, 재고관리, 가격·마진 계산, 공통비용, 대시보드 등으로 늘어났고 대시보드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들은 월간 KPI, 누적 KPI, TOP 상품, 12개월 매출 추이 기능까지 추가됐습니다.

그리고 이후에는 ‘취소와 반품’이라는 현실적인 문제가 보였습니다. 판매가 되더라도 취소되거나 반품되어 다시 재고로 잡히고 매출이 변동되는 일이 있다는 기본적인 사실이 그제서야 생각난 것입니다.

그래서 다시 기능을 추가했습니다.

  • 주문상태
  • 판매완료
  • 취소
  • 반품
  • 부분반품
  • 반품수량
  • 재고복귀 여부
  • 분실·파손 등을 위한 재고조정

또한 판매 데이터를 한 줄씩 입력하는 것도 번거로울 수 있어서, 판매처 자료를 일정한 형식으로 정리한 뒤 여러 행을 한 번에 넣을 수 있는 ‘판매데이터 일괄입력’ 기능도 추가했습니다. 이것도 제가 샘플데이터를 입력해보는 과정에서 데이터를 일일이 하나씩 입력하는게 너무 번거롭다는 걸 알게 되었고 판매처 데이터를 가져와 한번에 붙여넣을 수 없을지를 챗지피티에게 물어보아 나오게 된 기능이었습니다. 다만 판매처 원본 데이터를 구할 수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일정한 양식으로 변환하여 붙여넣는 방식이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나온 제품의 구조는 상품 200개, 수동판매 2,500건, 일괄입력 500건을 포함해 최대 3,000건의 판매 데이터를 처리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점점 제가 처음 생각했던 단순한 엑셀 장부에서 작은 업무도구에 가까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작업은 다음과 같은 프로세스로 이뤄졌습니다.

Chat gpt와 요구사항에 대해 대화하기 —> 대화내용을 바탕으로 Chat gpt에게 제작 의뢰하기 —> 제작된 결과물을 다시 Chat gpt에게 검수시키기 —> 검수로 나온 지적사항들을 Chat gpt에게 수정시키기 (반복)

중간중간에 chat gpt에게 요구해도 수행하지 못하는 것들은 제가 직접하기도 했습니다. 대표적으로 서식을 바꾸는 작업은 대체로 gpt가 잘 하지 못했습니다. 셀의 색상이나 넓이를 조정하고 보기좋게 하는 작업은 제가 직접해서 그 서식을 유지한채 Chat gpt가 작업하게 했습니다. 그리고 한컴 오피스와 MS 엑셀, 구글 스프레드 시트간 호환이 되는지는 제가 직접 수치를 넣어보고 결과값을 확인하는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하다보니 하나 알게 된 것이 있는데, 챗지피티 채팅창이 ‘chat’과 ‘work’로 나뉘어져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후로는 일반적인 대화나 질문은 chat에서 하고, 실제 제작 작업이나 검수 작업은 work에서 나누어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work에게 작업을 시키거나 검수를 시킬때 chat에서 대화내용을 바탕으로 ‘작업지시서’나 ‘검수지시서’를 만들게 하였고, 검수결과는 ‘보고서 형식’으로 제출하게 하였습니다. 그러면 수정작업시에 그것들을 다시 work에게 보여줌으로써 작업의 효율을 높일 수 있었습니다.

제작과정의 문제점들

제작 과정이 한 번에 매끄럽게 진행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초기 버전에서는 셀에 #NAME?값이 나타나는 오류가 있었고 숫자 표시 형식도 날짜 표시형식과 섞인 뒤죽박죽인 부분도 있었습니다. 어떤 버전에서는 대시보드가 실제 입력 가능 범위 전체를 집계하지 않는 문제도 발견했습니다. 실제 입력된 판매 데이터보다 짧은 범위의 데이터만 계산되어 데이터가 많아질수록 일부 매출이 조용히 사라졌던 것입니다. 이것은 눈에 보이는 오류 메시지가 없기 때문에 오히려 더 위험한 문제였습니다. 또 파일을 수정하다가 기존 서식이 흐트러지는 일도 많았고, 한 문제를 고쳤더니 다른 부분이 망가지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생각지도 못한것이, 반복적인 제작과 검수를 계속하다 보니 ChatGPT Work 사용량까지 소진됐습니다. 크레딧 사용량이 소진되면 일정 기간 작업을 할 수 없었고 크레딧이 다시 리셋될 때까지 기다리는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 과정에서 작업의 중요도에 따라 추론 수준을 달리하고, 하나의 AI에만 의존하지 않고 다른 AI를 함께 활용하는 방식으로 작업 흐름을 바꾸게 됐습니다.

판매 적합성 평가 결과, 판매 보류;;;

6번의 버전 업그레이드 끝에 실시한 판매 적합성 평가 결과는 예상보다 냉정했습니다. 물론 chat gpt가 평가한 점수입니다.

55점 / 100점.

결론은 판매 보류였습니다.

치명적 결함으로 분류된 문제도 3건이 발견되었습니다. 며칠 동안 계속 수정했고 꽤 그럴듯한 파일이 완성됐다고 생각했었는데 아직 갈 길이 멀어보였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렇게 해서 이걸 진짜 팔 수 있을까?’란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출시전 해결해야 할 문제들

이 파일의 중요한 목적 중 하나가 재고와 발주시점을 알려주는 것이었기 때문에 재고 숫자가 맞지 않는것은 꼭 해결해야 할 문제였습니다.

수동판매 입력에서도 더 큰 문제가 발견되었습니다. 판매수량 칸에 숫자 대신 문자를 입력하면 일부 계산에서 #VALUE! 오류가 발생했습니다. 그런데 그 오류가 판매기록 안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대시보드까지 전달될 수 있었습니다.

음수 판매수량도 문제였습니다. 판매수량을 -1로 입력하면 오히려 재고가 늘어나는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등록되지 않은 SKU를 입력하면 화면에는 미등록 SKU 경고가 나오지만 매출과 순이익에는 포함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중복 주문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두 번째 거래에 **‘중복 경고’**가 표시됐지만 두 거래가 모두 매출과 재고에 반영될 수 있었습니다.

공통비용 계산에서도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나왔습니다. 셀러도우미는 광고비나 기타 공통비용을 해당 월 판매매출에 비례해 상품별로 배분하는 구조였습니다. 논리적으로는 그럴듯했습니다. 그런데 매출이 0원인 달은 어떻게 될까요? 배분할 판매가 없었습니다. 그러자 비용 자체가 순이익 계산에서 사라졌습니다. 실험으로 판매가 하나도 없는 달에 공통비용 30,000원만 입력했더니 대시보드의 순이익은 0원으로 표시됐습니다. 정상적인 결과는 당연히 -30,000원 이어야 했습니다.

다시 수정과 검증의 반복

확인된 치명적 결함들을 다시 수정하고 검증하는 작업을 계속 진행했습니다. 실제 제품 제작을 해보니 의외로 기능을 만드는 것보다 어려웠던 것은 그 기능이 정말 맞게 작동하는지 확인하고 수정하는 과정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판매기록을 입력했을 때 매출만 맞으면 되는 것이 아니라,

판매수량도 맞아야 하고,
재고가 정확히 줄어야 하고,
취소된 판매는 집계에서 빠져야 하고,
반품 시 설정에 따라 재고가 다시 늘어나야 하고,
순이익과 마진율도 맞아야 합니다.

그리고 그 결과가 다시 ‘한눈에 보기‘ 화면에 정확히 반영되어야 합니다.

후반 QA(Quality Assurance, ‘품질보증’ 테스트)에서는 53개의 테스트 시나리오를 통과하는 단계까지 갔습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느낀 것이 있었습니다.

AI가 파일을 만들어주는 것보다, AI에게 계속 의심하게 만드는 것이 더 중요했습니다.

“정말 맞아?”
“기존 완료 보고서를 믿지 말고 다시 검사해.”
“파일 자체를 기준으로 확인해.”
“이번에는 이 기능만 따로 검증해.”

이런 식으로 계속 검증을 시켰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유효 했던 게, 서로 다른 AI 모델들에게 각각의 작업물이나 검토 결과를 다시 검수하게 하는 ‘교차 검증’이었습니다. 즉, 챗지피티가 만든 파일을 클로드에게 검수 시키고, 클로드가 작성한 검수보고서를 챗지피티에게 평가하라고 시키는 방법이었습니다. 이 방법으로 놓쳤던 포인트들을 꽤 찾을 수 있었고 다른 관점의 견해를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오류만 잡으면 끝날줄 알았는데…

제품 파일이 어느 정도 완성되고 나니 또 다른 문제가 나타났습니다. 구매자는 이 파일을 처음 봅니다. 제가 어디에 입력해야 하는지 알고 있다는 사실은 아무 의미가 없었습니다. 구매자가 파일을 열고 바로 이해할 수 있어야 했습니다. 그래서 색상 규칙을 정리했습니다. 노란색은 직접 입력하는 영역, 회색은 자동계산 영역처럼 역할을 나눴습니다.

Excel뿐 아니라 Google Sheets에서도 핵심 자동계산이 동작하는지도 확인했습니다. 다만 Excel 전용 시트 보호 기능은 Google Sheets에서 동일하게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하였고 이 점도 구매자에게 명확히 안내하기로 했습니다.

제품을 만드는 일에서 사용자가 실수하지 않고 잘 쓰게하는 일로 관점이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약 2주 동안 만든 결과

그동안의 제작과정과 결과를 숫자로 정리해보면 이렇습니다.

  • 제작 기간: 약 2주
  • 주요 버전: 최소 7단계 이상
  • 전체 시트: 11개
  • 최종 수식: 약 65,878개
  • 판매기록 처리 범위: 3,000건
  • 상품 관리 범위: 200개
  • 테스트 시나리오: 53개 PASS

정확한 총 대화 메시지 수나 실제 작업시간, AI Work 크레딧 총사용량까지는 집계하지 못했습니다. 다만 작업 중 Work 사용량이 소진될 정도로 반복 작업을 했고, 거의 매일 수정과 검증을 이어갔습니다. 처음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대화와 수정이 필요했습니다.

AI는 요술방망이가 아니었다

이번 작업을 하면서 AI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습니다.

AI에게 “온라인 셀러용 엑셀 하나 만들어줘.”

라고 말한다고 판매 가능한 상품이 바로 나오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그 이후였습니다.

어디가 이상한지 찾아내고,
기능을 추가하고,
잘못된 결과를 다시 잡고,
사용자의 입장에서 다시 보고,
설명을 만들어야 했습니다.

AI가 속도를 크게 높여준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무엇을 만들 것인지 결정하고, 무엇이 부족한지 판단하고, 언제까지 수정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일은 궁극적으로 사람의 몫이었습니다.

판매할 상품을 만든다는 것

예전에는 디지털 상품을 보면 결과물만 봤습니다.

PDF 한 권.
엑셀 파일 하나.
템플릿 하나.

그래서 겉으로는 쉽게 보였습니다.

이번에는 반대편에서 직접 만들어보니 조금 다르게 보입니다. 상품 하나 뒤에는 생각보다 많은 결정이 있었습니다.

어떤 기능을 넣을 것인지.
어디까지 지원할 것인지.
얼마나 많은 데이터를 처리하게 할 것인지.
무엇은 할 수 없다고 솔직히 말할 것인지.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질문이 하나 있었습니다.

“내가 만든 것을 모르는 사람이 실제 돈을 내고 살 만큼 가치가 있는가?”

생각보다 이 질문은 무거웠습니다. 가볍게 생각하고 시작한 상품제작이었지만, 막상 팔아도 될까 생각해보니 한없이 부족해보였습니다. 그리고 또 걱정되는 부분은, 정작 만든 사람인 제가 제품에 대해서 잘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었습니다. 기획하고 제작하고 검수했지만 이 모든 과정이 AI가 주가 되고 저는 지시하고 결정만 하다보니 실제 제품의 디테일한 부분에 대해서 잘 모르는 느낌이었습니다.

AI로 만들었다고 해서 그것이 곧 내가 이해하는 제품이 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판매하려면 최소한 구매자의 질문에 답할 수 있을 만큼은 제품을 다시 내 것으로 만들어야 했습니다.

그래서 AI를 사용해서 끝까지 검증하고 시장에 내놓기로 했습니다. 완벽히 이해했거나 제품이 완벽해서 파는 것이 아니라, 검증할 만큼 검증했으니 이제 시장에서 답을 들어보기로 한 것입니다.

이제 앞선 질문에 대한 답을 시장에서 확인해볼 차례입니다. 셀러도우미는 초기 출시가 19,000원으로 판매를 시작할 예정입니다. 목표는 처음부터 큰 매출이 아닙니다. 첫 번째 목표는 실제 유료 구매자 10명을 만드는 것입니다. 그 10명이 어떤 부분에서 편리함을 느끼고, 어디에서 막히고, 어떤 기능을 더 원하게 될지 살짝 긴장되고 기대도 됩니다. 그 피드백이 다음 버전을 만들게 될 겁니다.

이제 진짜 판매가 가까워졌습니다.

다음편 예고

다음 편에서는 판매를 위한 또 다른 관문, 상세페이지 제작과정에 대해서 다뤄보겠습니다. 피그마를 통해 한땀한땀 제작하면서 배 보다 배꼽이 더 크게 느껴지기도 했던 과정을 가감없이 전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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