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owball project
들어가며
셀러도우미 파일을 거의 완성하고 나니 이제 본격적으로 판매를 위한 준비작업을 해야했습니다. 그 첫번째가 바로 상세페이지 제작이었습니다.
상세페이지를 만드는 것은 내가 만든 것이 어떤 것이고, 누구에게 필요한 제품인지,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지, 왜 돈을 주고 살 만한지를 화면 몇 장과 몇 줄의 문장으로 설명 해야 하는 작업이었습니다. 어떤 문구와 디자인을 어떤 구도로 배치할지 그리고 어떤 도구를 이용해 작업할지 전혀 감이 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도 AI의 도움을 받아 셀러도우미를 ‘상품처럼 보이게 만드는 일’에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직접 제작 방식을 선택
상세페이지를 만드는 방법은 크게 외주를 주는 방법과 직접 만드는 방법으로 나뉘었습니다. 외주는 일정 비용을 지불하면 비교적 간편하게 상세페이지를 만들 수 있었지만, 제가 만든 상품을 외주까지 줘 가면서 상세페이지를 만들 생각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직접 제작하기로 했습니다.
직접 제작을 하기로 하면서 AI에게 “상세페이지 만들어줘” 하는 방식은 생각해보지 않았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왜 그렇게 안했을까 싶기도 하지만 그게 가능할거라 생각하지 않았던 것도 있고, 직접 만들어보겠다는 생각이 강했던 것 같습니다.
대신에 상세페이지 기획과 제작을 AI와 논의하고 제작 가이드를 받아서 ‘피그마’라는 툴로 직접 디자인하기로 했습니다. 피그마를 선택한 건 챗지피티가 추천하기도 했고, 예전에 피그마를 책을 보면서 공부한 적이 있어서 상대적으로 친숙하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다만 피그마를 다루는 실력이 초보 수준이었기 때문에 AI의 가이드가 없다면 혼자서는 할 수 없었습니다.
전체적인 기획과정 _ 무엇을 보여줘야 할까
상세페이지 제작의 첫 단추로 먼저 무슨 이야기를 어떤 순서로 보여줄 것인지 결정해야 했습니다. 이 역시 셀러도우미를 잘 알고 있는 chat gpt에게 상세페이지 기획을 의뢰하게 되었습니다. chat gpt는 상세페이지 전체를 작은 섹션으로 나누기 시작했습니다.
제일 먼저 문제를 보여주고,
그 문제를 셀러도우미가 어떻게 해결하는지 설명하고,
실제 엑셀 화면을 보여주고,
어떤 기능이 있는지 설명하고,
사용 흐름과 샘플 파일을 소개하고,
FAQ와 구매 안내까지 이어지도록 구조를 잡았습니다.
이런 식으로 하나씩 나누다 보니 상세페이지는 최종적으로 22개의 섹션으로 구성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틀이 잡히고 나니 뭔가 막연했던 느낌이 사라지고 하나씩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디자인 작업 _ 피그마와 씨름하기
무엇을 어떻게 보여줄지 섹션별 주제와 문구 초안이 정해지고 본격적인 디자인 작업이 시작되었습니다. 디자인은 피그마를 켜는 것부터 해서 어디서 어떤 버튼을 누르고 어떤 설정을 어떤 수치로 할지를 ‘조립설명서’ 수준으로 chat gpt에게 요구했습니다. 그래서 그 설명서를 바탕으로 하나하나 누르면서 막히면 더 자세하게 설명해달라고 하고 그래도 소통이 안되면 화면을 캡쳐해서 chat gpt에게 보여주며 확인받고 넘어가기를 반복했습니다. 모든 제작 과정을 통틀어서 가장 시간과 노력을 많이 들였던 작업이었습니다.
22개 페이지 분량의 상세페이지와 썸네일까지 그렇게 완성했습니다. 프라모델 조립할 때 조립이 어려워도 결과물이 나오면 뿌듯한 것처럼, 상세페이지도 같은 마음이었습니다. 중간에 chat gpt가 틀린 설명을 해준다거나 다른 방법이 있는데 엉뚱한 방법을 설명해서 괜한 시간을 쓰게 했을 때도 있었습니다. 그럴 때 “정신 똑바로 안차릴래?”나 “너도 힘들겠지만 정신차리자.” 같은 프롬프트를 쓰기도 했습니다. 그러면 chat gpt도 잘못을 인정하고 바로 수정된 설명을 내놓았고, 그렇게 거북이 걸음으로 한 걸음 한 걸음씩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문제제기와 해결책 제시
셀러도우미에는 최종적으로 11개의 시트가 들어갔습니다. 상품정보를 관리하는 시트부터 판매기록, 입고, 정산, 재고와 발주, 가격과 마진, 그리고 전체 상황을 볼 수 있는 대시보드까지 기능이 제법 많았습니다. 처음에는 상세페이지에 이런 기능 설명을 나열하려고 했습니다.
- 판매관리
- 재고관리
- 정산관리
- 마진계산
- 재발주 판단
- 대시보드
- 판매데이터 일괄입력
틀린 설명은 아닙니다만 가만히 생각해보니 제가 물건을 살 때도 이런 기능 목록만 보고 구매를 결정하지는 않습니다. 기능보다 먼저 드는 생각은 대부분 이런 것입니다.
“그래서 이게 나한테 왜 필요한데?”
상세페이지를 만들기 시작하면서 제품을 만든 사람의 시선에서 한 발 물러나 구매자의 입장에서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상세페이지의 중심 문구도 기능 설명에서 문제 제기로 바뀌었습니다.
“매출은 보이는데, 진짜 얼마가 남는지는 보이시나요?”
온라인 판매를 하면 매출은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상품 원가와 수수료, 광고비, 각종 비용과 정산 시점까지 고려하면 실제로 얼마가 남았는지는 생각보다 알기 어렵습니다. 결국 ‘셀러도우미에 판매 데이터를 기록하면 실제 수익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상세페이지를 만들면서 오히려 제품의 정체성이 더 선명해졌습니다.
실제 엑셀 화면으로 사용흐름 보여주기
상세페이지에는 보기 좋은 그래픽만 넣는 방법도 있었지만 저는 실제 사용하게 될 제품 화면을 최대한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11개의 시트 가운데 특히 중요한 화면을 골랐습니다.
상품마스터, 판매기록, 판매데이터 일괄입력, 재고와 발주, 가격과 마진, 정산관리, 한눈에 보기 대시보드 등을 중심으로 약 7개의 핵심 화면을 상세페이지에 활용했습니다.
여기서도 고민이 생겼습니다. 초기에 각 기능을 하나씩 설명하려고 하다보니 상세페이지가 매뉴얼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방향을 바꿔 구매자가 셀러도우미를 실제로 사용한다면 어떤 순서로 사용하게 될지를 보여주기로 했습니다.
예를 들어 먼저 상품마스터에 상품명과 옵션, 원가와 판매가 같은 기준 정보를 입력합니다. 그 다음 판매 데이터를 기록하면 판매금액과 비용이 계산되고, 입고와 판매 수량을 기반으로 현재 재고가 변하며, 정산 내역과 실제 입금액을 확인하고, 대시보드에서 매출과 순이익, 재고 상태를 한눈에 확인하게 됩니다.
즉,
기능 A → 기능 B → 기능 C
가 아니라,
상품을 등록한다 → 판매가 발생한다 → 재고가 변한다 → 정산을 확인한다 → 수익을 판단한다
라는 사용자의 행동 흐름으로 바꾸었습니다.
이렇게 바꾸고 나니 제품을 처음 보는 사람도 조금 더 쉽게 이해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상세페이지가 제품을 설명하는 문서가 아니라, 구매자가 제품을 사용하는 모습을 미리 보여주는 공간에 가까워졌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역설적이게도 저 역시 셀러도우미를 더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타깃도 ‘사람’보다 ‘상황’으로 보여주기
상세페이지에는 보통 ‘이런 분께 추천합니다’라는 영역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저도 비슷하게 하려고 했습니다. 초보 셀러, 소규모 셀러, 쿠팡 판매자, 스마트스토어 판매자처럼 사람을 분류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작업을 하다 보니 사람을 구분하는 것보다 그 사람이 처한 상황을 보여주는 편이 더 직관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를 들면 이런 상황입니다.
판매량이 조금씩 늘면서 기존 엑셀 파일이 복잡해지기 시작한 사람.
매출은 나오는데 실제 순이익이 얼마인지 확인하기 어려운 사람.
플랫폼에서 정산되는 금액이 내가 계산한 금액과 맞는지 확인하고 싶은 사람.
재고가 떨어지기 전에 어느 상품을 다시 주문해야 하는지 알고 싶은 사람.
이렇게 바꾸자 ‘누구를 위한 상품인가’보다 ‘언제 이 상품이 필요해지는가’가 더 잘 보였습니다.
사소하지만 오래 걸렸던 문제점들
상세페이지를 만들기 전에는 큰 문구와 이미지 배치가 가장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실제로는 의외로 작은 것에서 시간이 많이 들었습니다.
엑셀 캡처 사진 아래의 빈 공간을 조금 줄이고 싶었는데 이미지를 더 자르면 엑셀 시트 이름이 잘렸습니다. 캡 사진을 원하는 크기로 보여주고 싶은 화면에 담는 것이 은근히 어려웠습니다.
또 배경과 글자의 색상을 어떻게 정할지, 글자의 크기나 간격을 어떻게 정할지, 제목과 본문의 배치를 어떻게 할지 등 만들고 수정하기를 수도 없이 했습니다.
피그마의 레이어명 정리하는 것도 은근히 손이 많이 갔습니다. 피그마의 기능과 이름 숙지도 부딪혀가며 배우느라 오래 걸린 것 같습니다. 또 피그마에서는 메뉴 이름이 한글로 되어 있는데 챗지피티는 영어명으로 설명해줘서 버퍼링이 걸리기도 했고, ‘오토 레이아웃’이라는 기능을 숙지하는 데도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서 작업이 끝나갈 무렵에야 조금 익숙해졌습니다.
결국 상세페이지 제작은 수많은 시도와 수정, 작은 판단을 반복하는 작업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썸네일의 제작
상세페이지 작업이 거의 마무리될 시점에 AI로부터 썸네일을 만들어야 된다는 제안을 받게 되었습니다. 판매 사이트에 올릴 용도로 필요하다는 것이었는데, 이 작업은 결국 상세페이지 한 페이지를 더 만드는 것과 같은 작업방식이었습니다. 짧게 썸네일 기획방향을 잡고 그대로 ‘조립설명서’를 받아서 마지막 썸네일 작업까지 마치게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갈수록 피그마 작업이 숙달되는 것도 있고 페이지 형식을 복사 변형하는 방식으로 작업 시간 줄일 수 있었습니다.
상세페이지 완성
이렇게 해서 제품 자체를 만드는 것만큼, 어쩌면 그보다 더 공들인 상세페이지 제작을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상세페이지를 직접 만들면서 느낀 바는 ‘상품을 만드는 것과 상품을 설명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일이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셀러도우미 자체를 만드는 동안에는 “이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는가?” 가 중요했다면, 상세페이지를 만들면서는 “이 기능이 왜 필요한지를 바로 이해시킬 수 있는가?” 그리고 한 단계 더 가서는, “내가 상세페이지에 쓰고 있는 이 문장을 실제 제품이 정말로 증명할 수 있는가?” 가 됐습니다.
이번 상세페이지 하나를 위해 22개 섹션을 설계하고, 11개 시트 중 핵심 화면 약 7개를 선별하고, 200개 상품·3,000건 판매·1,000건 입고·500건 정산이라는 제품 스펙을 재검증했으며, Excel과 Google Sheets 두 환경까지 다시 확인했습니다. 생각보다 만만한 작업이 아니었습니다. 솔직히 ‘인간승리(?)’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지만 결국 AI와 함께 해냈습니다.
그런데 상세페이지를 완성하고 보니 더 현실적인 문제가 아직 남아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걸 얼마에 팔아야 할까?
다음편 예고
다음 편에서는 드디어 ‘판매’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얼마에 팔 것인지, 어디에서 팔 것인지, 그리고 이 파일을 어떤 상품으로 소개할 것인지 하나씩 결정해보겠습니다.